알프스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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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갑산 겨울왕국
- 청양 얼음분수축제
방송 : 2015년 2월 1일 (일) 밤 11시 5분 KBS 2TV
CP : 장성주
PD : 홍기호
글, 구성 : 장소영
내레이션 : 박철민
해마다 이맘때면
동화 속 ‘겨울왕국’으로 변신하는
칠갑산 두메산골 이야기
척박한 냉골짜기를 설원의 얼음탑으로
얼어붙은 논밭을 눈썰매장으로
춥고 긴 겨울을 축제로 승화시킨
청양 알프스마을 사람들
그들의 뜨거운 겨울나기 72시간이다.
◆ 아낙네가 콩밭 매던 칠갑산 산골마을의 대변신 ? 그곳에 ‘겨울왕국’이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 칠갑산 골짜기. 40여 가구에 120여 명이 사는 이 마을은 예부터 ‘이
름 없고 특색 없고 사람 없는’ 3무(無) 마을로 불렸다. 농토라야 작은 농장 수준의 4만여 평
이 전부. 그마저도 절반 정도는 산의 북사면이어서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랬던 마을의 풍경이 언제부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해가 들지 않아 5월초까지 눈이 남아
있던 땅에 거대한 얼음분수와 눈 조각을 세웠다. 빈 밭엔 물을 대어 얼음 썰매장을, 경사진
언덕엔 눈썰매장과 봅슬레이장을 만들었다.
2008년 12월, 콩과 고추가 전부였던 칠갑산 오지에서 그렇게 ‘얼음분수축제’가 시작됐다. 별
반향 없이 끝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결과는 초대박!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한 푼 없이 시작
한 축제는 2회부터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엔 지난 해 20만 명보다 10만 명 더 많은 ‘관람객
30만 명 동원’이 목표다. 춥고 외진 청양군 천장리가 충남의 ‘겨울 왕국’, 알프스마을로 탈바
꿈하게 된 것이다. 척박한 얼음 골짜기를 축제의 마당으로 승화시킨 사람들, 그들이 펼치는
눈과 얼음의 세계로 떠나본다.
◆ 촌스러운(?) 매력, 어르신들의 손때 묻은 전원田園 축제장
축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높이 10m가 넘는 거대한 얼음분수탑이다.
기괴한 모양의 고드름들이 뒤엉키며 신비로운 자태를 뽐낸다. 당연히 전문가의 기술을
빌렸을 거라 생각하지만 실은 100% 마을 주민들의 솜씨. 대나무로 뼈대를 세운 후 펌프로
끌어올린 계곡물을 꼭대기에서 흘러내리도록 하면 이같은 얼음분수탑이 만들어진다. 단순해
보이지만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쳐야했다. 다른 지역 관계자가 그 기술을 알아가려고
하지만 핵심 노하우는 대외비다. 하지만 고난도 기술은 여기까지!
대부분의 시설은 논에 물을 대서 만든 얼음 썰매장,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봅슬레이장, 경사
진 언덕의 비료포대 눈썰매, 소와 이앙기가 끄는 썰매 등 옛날 농촌에 내려가면 흔히 볼 수
있었던 것들이거나, 그런 것들을 살짝 개조해서 만든 것들이다. 한 마디로 투박함 그 자체
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신기하고, 어른들은
예전의 추억에 마음껏 빠져들 수 있다. 어설프지만 어느 하나 마을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이
담기지 않은 것이 없다.
“마음도 편하고 상업적인 거 같지 않고,
볼거리 먹을거리 엄청 고심해서 준비하신 거 같아요.
대기업에서 하는 놀이공원은 돈도 굉장히 많이 들어가고
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거잖아요.
그런 거보다는 이게 좋은 거 같아요. 약간 어설프더라도 자연스러운 게“
- 김세영 (40세)_마을펜션 이용객 -
◆ 일당 5만원 “마을이 달린다!”
알프스마을 주민 120명 중 직장인과 학생,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빼고 경제활동이 가능
한 50여 명의 주민들이 몽땅 축제의 스태프로 투입된다.
평생 소치며 농사를 지어오던 노인회장님은 ‘소 썰매’를 끌고, 칠순을 넘긴 이장님 댁 어머
님은 장터에서 뜨끈한 우동을 만다. 도시에서 귀촌한 초로의 노신사는 군고구마를 팔고,
마을회관에서 농이나 나누던 할머니들은 어묵에 꼬치를 꿰고 옥수수를 삶느라 정신없다.
이들의 일당은 하루 5만원! 한겨울 농촌에서 노인들의 수입치고는 꽤 짭짤하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벌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몸은 바쁘지만 일하며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이 마을에선 80대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웃음과 생기가 떠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어르신 5만원이 아니라 10만원 이상 버시는 거예요’ 그러더라구요.
이거 안 벌고 어디 가서 일 없이 다니면 돈 쓰고
밥 사먹고 시간 보내려면 그것도 심심치 않게 들어가고
그런데 이런 행사를 하기 때문에 소일을 하고 있다고,
5만원 10만원 이상의 가치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더라고.
그러고 보니까 의미가 있는 얘기더라고요“
- 최석종 (72세)_군고구마 판매 -
◆ 이것이 진정한 낙수효과(Triclkle Down) - 알프스마을의 성공을 이웃마을로!
얼음분수 축제를 기획한 황준환 대표는 척박한 고향 땅을 바라보며 농업만으론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규모 수확만으로는 판로를 찾기도 힘들고 제값조차 받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축제가 성공하면서 막막했던 농촌마을의 활로를 확보했다. 이에 힘입어 여름엔 조롱
박, 가을엔 콩 축제를 연다. 오는 봄에는 뷰티 축제까지 열 계획이다.
그러다보니 축제 수입이 마을 수입의 절반을 넘어섰다. 또 축제에 활용되는 것이 대부분 마
을의 농산물이다 보니 농업 수입도 전보다 많아졌다. 농업과 비농업 경제활동이 윈-윈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알프스마을의 성공은 주위 마을에도 많은 자극과 도움이 되고 있다.
축제장 먹거리 장터를 돌아보다 보면 알프스마을이 아닌 다른 마을 주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내초리에서 온 두부 판매대와 백곡리의 김치 판매대가 그것. 마땅한 판로가 없어 고심
하는 이웃 마을들을 위해 알프스마을에서 무료로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그 가운데, 백곡리 주민들로 구성된 두레기업의 젊은 대표 윤지영(27)씨는 포부가 남다르다.
그녀의 꿈은 마을을 생산에서 가공, 유통과 체험이 갖춰진 ‘김치 빌리지’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해 마을 할머니들을 주축으로 하는 김치공장까지 세웠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알프스마을
의 성공 사례를 보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지금, 한 마을의 성공이 주저앉은 농촌을 일으키는 작은 불씨가 되고 있다.
“우리 마을은 칠갑산이 있어 농경지가 많지 않아요.
농업 기반이 약하니까 도시민들을 유치하는 축제를 하는 거죠.
로컬 푸드? 우리가 하는 일이 로컬 푸드예요
인위적으로 정책적으로 뭐를 만들고 하는 것이 로컬 푸드가 아니고
우리가 생산 된 것을 오시는 분들이 직접 사먹으니까
그게 로컬 푸드죠.“
- 황준환(54세)_칠갑산 도농교류센터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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